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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공연

[공연]6월 아침음악살롱을 다녀와서

  • 작성일2024-06-28
  • 작성자반경숙
  • 조회수55

     <다른 우주로 출발하는 조그만 출구 하나>


중심이 기운, 약간은 한쪽으로 치우친 기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래식 음악대중적이 아닌 것은 현실이니까요.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들에게 클래식은 조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안산 예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하는 <아침 음악 살롱>은 그 거리감을 일시에 좁혀 대중에게 클래식이 개인적이고 친밀한 위로가 되는 마법을 일으킵니다. 3월의 공연을 보고 나면 4월이 기다려지고 4월의 연주를 들으면서 5월은 어떨까 상상하게 되지요.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질서 정연한 세계에, 다른 우주로 출발하는 조그만 출구 하나 발견한 기분입니다. 출입문을 열면 먼 곳에서 다가오는 빛의 출렁거림이 있습니다. 그 출렁거림에는 내일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6월의 원데이는 오후 1’였습니다. 가벼운 점심 후 맛보는 맛깔스러운 후식 같은 연주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는 모차르트의 명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1악장을 시작으로 블래져 목관 앙상블(BLASER Woodwind Quintet)의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세레나데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의 분위기에 알맞게 목관 5중주의 연주는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했습니다.

 

목관 앙상블이란 이런 것인가요? 각 악기의 개성과 특징이 조화롭게 녹아들어 현악 앙상블과는 전혀 다른 음의 묘미를 만끽하게 했습니다. 같은 곡이지만 악기나 연주자에 의해서 그 해석과 정취가 얼마나 다른 지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피아노 연주로 들었던 모차르트 , 어머님께 말씀드리죠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음 하나하나를 목화솜으로 싸 놓았다가 악보에 맞춰 공연장에 톡톡 떨어뜨리는 것 같았습니다. 라파엘로의 성모자(聖母子)를 음악으로 옮긴다면 아마도 플루트의 리드로 들었던 이 곡일 것입니다.

 

이윽고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에서 객석의 탄성이 신음처럼 흘러나왔습니다. 죽기 직전이라도 반드시 한 곡조 뽑고 쓰러져야 하는 오페라 디바들의 환상적인 곡들이 둑이 넘치듯 객석으로 흘렀습니다. 진중한 바순, 풍부하고 따뜻한 클라리넷, 애수에 찬 플루트, 단단한 오보에, 자연의 소리를 닮은 호른이 한 공간에 안개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악기를 떠난 소리는 가라앉고 튀어 오르고, 날아가고 머물고, 모이고 흩어져 거친 오늘을 살아내야 할 우리들을 다독이는 행복한 연료가 되었습니다.

 

맛깔스런 후식일 거라던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바쁜 일로 아침을 거르고 미처 점심도 하지 못한 채 뛰어온 이를 정성을 다해 맞는 풍성한 식탁이었습니다. 이 식탁을 준비하신 예당 관계자님들과 진행, 해설, 연주를 아우르는 송영민 음악감독님께 진심을 다해 감사함을 전합니다. 현실에서 늘 허기진 저는 여러분들이 준비해 주는 다양한 문화의 식탁에 앉아 한 달에 한 번, 저의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맛을 음미할 것입니다. 시고 달고 쓰고 맵고 짠 음악이 빚어내는 촘촘하고 웅숭깊은 맛에 놀라고 더 반짝이고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것입니다.

 

앵콜곡이었던 하울의 성을 하루종일 흥얼거립니다. 핸드폰에서 띵동 소리가 들립니다. 예당 관계자님이 보내주신 공연 인증샷입니다. 어깨를 핀으로 고정하지 않으면 다시 예당 별무리 극장으로 훅 날아갈지 모릅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반경숙(9515)